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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떠오르는 명시, < 목마와 숙녀 >, 박인환🍁

밀리언달러여사 2024. 10. 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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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시인, 박인환 ]

박인환( 1926~1956 )

강원도 인제 출생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



[ 목마와 숙녀 ]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화려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인가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              🍁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시입니다.


친구들과 열심히 외우면서
너무나 일찍 떠나버린
시인의 생을 안타까워했답니다.


가을이면 다시금 읊조려봅니다.


목마도
버지니아 울프도
떠나고 없지만..

그래도 이 시가 남아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